고추를 키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어린잎이나 줄기, 꽃봉오리 주변에 작은 벌레 무리가 붙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봄과 초여름, 고추가 한창 자랄 때 고추 진딧물은 번식력을 앞세워 순식간에 밭 전체로 퍼지곤 하죠. 고추 진딧물은 고추의 생육을 방해할 뿐 아니라, 감로와 그을음병, 각종 바이러스까지 옮기며 피해를 키웁니다. 진딧물이 고추밭에 왜 생기는지, 어떤 피해를 남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방제할 수 있는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목차
고추 진딧물의 종류와 생태
고추밭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진딧물은 ‘목화진딧물(Aphis gossypii)’과 ‘복숭아혹진딧물(Myzus persicae)’입니다. 이 두 종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고추를 비롯한 가지, 오이, 감자, 딸기 등 다양한 채소와 과수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해충입니다. 목화진딧물은 몸 색깔이 계절에 따라 녹색, 황색, 갈색 등으로 달라지고, 복숭아혹진딧물은 연한 황색이나 분홍빛, 때로는 녹색을 띱니다.
진딧물은 날개가 없는 개체(무시형)와 날개 달린 개체(유시형)가 번갈아 나타나며, 군집이 과밀해지거나 환경이 나빠지면 날개 달린 진딧물이 대량으로 출현해 새로운 고추밭이나 이웃 작물로 이동합니다. 이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밭 전체, 심지어 인근 밭까지 빠르게 퍼질 수 있습니다.
진딧물은 주로 5월 초 아주심기 시기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5월 말까지 급격히 늘어납니다. 여름철(7~8월) 고온기에는 개체수가 다소 줄었다가, 9월 이후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온실이나 실내에서는 연중 발생할 수 있으니, 시기와 환경에 따라 예찰이 필요합니다.
고추 진딧물의 피해 양상과 2차 피해
진딧물은 고추의 어린잎, 새순, 줄기, 꽃봉오리 등 연한 부위에 바늘처럼 뾰족한 입을 꽂고 즙액을 빨아먹습니다. 이 과정에서 잎이 오그라들고, 새순이 뒤틀리며, 전체적으로 생육이 위축됩니다. 심한 경우 잎이 노랗게 변하거나, 열매가 작고 울퉁불퉁하게 자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진딧물이 남기는 감로(끈적한 배설물)는 잎과 줄기, 열매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합니다. 이 감로 위에 곰팡이가 번식하면 ‘그을음병’이 생겨 잎이 검게 변하고, 광합성이 저해되어 고추의 생육이 더 나빠집니다. 감로는 먼지와 오염물질이 쉽게 달라붙게 만들어 미관도 해치고, 열매의 품질도 떨어뜨립니다.
더 큰 문제는 진딧물이 각종 식물 바이러스의 매개체라는 점입니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 감자바이러스Y(PVY)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진딧물에 의해 고추로 옮겨집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추는 새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얼룩 증상, 잎의 울퉁불퉁한 변형, 심하면 줄기가 까맣게 마르거나 열매에 얼룩무늬가 생기는 등 심각한 피해가 나타납니다.
고추 진딧물의 번식력과 확산 속도
고추 진딧물은 번식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암컷 한 마리가 단성생식으로 하루에 10~15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고, 일주일이면 새끼가 다시 성충이 되어 번식에 들어갑니다. 이 때문에 며칠만 방심해도 고추 한 포기에 진딧물이 수백~수천 마리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진딧물은 날개가 없는 개체와 달린 개체가 번갈아 나타나며, 밀도가 높아지거나 환경이 나빠지면 날개 달린 진딧물이 생겨나 다른 고추나 이웃 작물로 이동합니다. 바람을 타고 수십 미터, 심지어 수백 미터까지 퍼질 수 있어, 한 번 발생하면 넓은 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고추밭이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 있거나, 인근에 잡초나 다른 작물이 많으면 진딧물의 이동이 더 쉬워집니다. 온실이나 실내 재배에서는 화분이나 플라스틱 트레이 사이를 따라 진딧물이 빠르게 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번식력과 확산 속도 때문에, 진딧물은 초기에 발견해 방제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밭 전체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고추 진딧물 발생의 원인과 유발 환경
진딧물은 따뜻하고 건조한 봄~초여름, 그리고 가을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온도가 15~25도 사이로 오르고, 비가 적게 오거나 가뭄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진딧물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비가 자주 오면 진딧물이 씻겨나가거나, 곰팡이성 천적이 늘어나 밀도가 줄어들지만, 건조한 날씨에는 진딧물이 더 오래 머물고, 번식 속도도 빨라집니다.
고추밭에 질소비료를 과하게 주거나, 영양 불균형이 생기면 잎이 연하고 부드럽게 자라 진딧물이 더 쉽게 침입합니다. 잡초나 주변 식생이 많을수록 진딧물이 이웃 식물에서 고추로 이동하기도 쉽습니다. 온실이나 실내처럼 통풍이 부족하고 천적이 적은 환경에서는 진딧물이 더 쉽게 번식합니다.
진딧물 조기 발견의 중요성
진딧물은 주로 고추의 어린잎, 새순, 잎 뒷면, 꽃봉오리 주변에 무리를 지어 붙습니다. 잎이 오그라들거나, 새순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뒤틀리는 현상이 보이면 진딧물 피해를 의심해야 합니다. 잎 뒷면을 살펴보면 연한 녹색,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깔의 작은 벌레 무리가 붙어 있고, 손가락으로 만지면 끈적한 감로가 묻어나올 수 있습니다.
고추 진딧물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밭 주변에 황색 끈끈이트랩을 설치해 날개 달린 진딧물이 날아오는 시기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심기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잎 뒷면과 새순, 꽃봉오리를 꼼꼼히 살펴보세요. 진딧물은 번식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개체수가 적을 때 바로 방제에 들어가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입니다.
고추밭에 발생한 진딧물은 각종 식물 바이러스의 매개체 역할도 합니다. 진딧물이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다른 고추나 주변 작물로 옮겨 다니며 전파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추는 새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얼룩 증상, 잎의 울퉁불퉁한 변형, 심하면 줄기가 까맣게 마르거나 열매에 얼룩무늬가 생기는 등 심각한 피해가 나타납니다. 바이러스병은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진딧물 방제가 곧 바이러스 예방의 핵심이 됩니다.
고추 진딧물 방제의 기본 원칙
고추 진딧물 방제의 기본 원칙은 단순히 한 가지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전략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는 데 있습니다. 진딧물은 번식력이 워낙 강하고, 환경에 따라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방제의 기본은 크게 물리적 제거, 친환경 천연자재 활용, 천적 곤충 도입, 그리고 필요시 화학적 방제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먼저, 물리적 제거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진딧물이 적은 초기에 비닐장갑을 끼고 잎을 손으로 비벼주거나, 면봉이나 물티슈로 닦아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진딧물을 없앨 수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텃밭이나 화분에서는 이 방법이 매우 실용적입니다. 강한 물줄기를 분사해 잎의 앞뒤를 꼼꼼히 씻어내면 진딧물이 물리적으로 떨어져나가고, 땅에 떨어진 진딧물은 다시 식물로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프레이를 이용할 때는 가지를 기울여 떨어진 진딧물이 다시 묻지 않게 하고,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씻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개의 고추를 기를 때는 정원용 호스를 사용해 주기적으로 샤워시키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단, 너무 강한 분사는 식물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친환경 천연자재를 활용한 방제도 고추 진딧물 관리에 널리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비눗물, 마늘·마요네즈 혼합액, 우유, 물엿 또는 설탕 희석액 등이 있습니다. 비눗물은 물 1리터에 식물성 비누를 소량 섞어 분무하면 진딧물의 외피를 파괴해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마늘과 마요네즈를 혼합해 분무하면 마늘의 냄새가 진딧물의 후각을 교란하고, 마요네즈의 유막이 진딧물의 산소공급을 차단해 효과를 높입니다. 우유는 진딧물의 숨구멍을 막아 질식시키는 원리로 사용되며, 방제 후 깨끗한 물로 잎을 다시 분무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엿이나 설탕 희석액은 잎에 분무해 진딧물이 달라붙게 하고, 햇볕에 마르면서 진딧물이 엉겨 붙어 고사하게 만듭니다. 이런 천연자재는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고, 잔류 걱정이 적어 실내외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천적 곤충을 활용하는 생물학적 방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무당벌레, 꽃등에, 진디벌, 풀잠자리 등은 진딧물의 대표적인 천적입니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수십 마리의 진딧물을 잡아먹을 수 있고, 천적이 많아지면 진딧물 개체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정원이나 밭 주변에 다양한 꽃과 식물을 심어 천적 곤충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진딧물의 돌발적 증식을 자연스럽게 억제할 수 있습니다. 천적 활용은 화학약제 사용을 줄이고,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진딧물 개체수가 많아져 친환경 방제만으로 효과가 부족할 때는 화학 약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작물에 등록된 약제를 선택하고, 동일 성분을 반복 사용하지 않으며, 약제 사용 후에는 수확 전 안전사용기한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제는 잎 뒷면과 새순, 꽃봉오리 등 진딧물이 집중된 부위에 골고루 분무해야 하며, 바람이 없는 날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살포하는 것이 약효를 높이고 비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약제 사용 시에는 천적 곤충이나 이웃 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가능하면 친환경 방제와 병행해 내성 발생을 막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예방적 관리도 방제의 기본입니다. 고추밭을 항상 깨끗이 관리하고, 잡초를 제거해 진딧물의 은신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료는 질소 위주로 과하게 주지 말고, 칼륨·인산 등과 균형 있게 시비해 잎이 너무 연하게 자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식물 사이 간격을 넉넉히 두고, 통풍이 잘 되게 관리하면 진딧물의 번식 환경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잎 뒷면과 새순, 꽃봉오리를 꼼꼼히 살펴 조기에 진딧물을 발견하고, 바로 방제에 들어가는 습관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핵심입니다.
이처럼 고추 진딧물 방제의 기본 원칙은 물리적·친환경·생물학적·화학적 방법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예방과 조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데 있습니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러 방법을 현명하게 조합해 사용한다면 고추밭의 건강을 오래 지킬 수 있습니다.
화학적 방제와 저항성 관리
진딧물 개체수가 많아지거나, 친환경 방제만으로 효과가 부족할 때는 화학 약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추 뿌리에 흡수되는 도입제(관주용 약제)도 많이 쓰입니다. 이 약제는 뿌리로 흡수되어 잎과 줄기 전체에 퍼지고, 진딧물이 즙액을 빨아먹을 때 약제를 함께 먹어 치사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진딧물은 약제 저항성이 빨리 생기기 때문에, 한 가지 약제만 계속해서 사용하지 말고 계통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가며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약제를 뿌릴 때는 바람이 없는 날을 선택하고, 작물 전체에 골고루 약액이 닿도록 꼼꼼히 살포해야 합니다. 특히 잎 뒷면과 새순, 꽃봉오리 주변까지 약액이 잘 퍼지도록 신경 써 주세요.
진딧물 예방을 위한 실전 관리법
진딧물 예방은 평소 고추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비료는 질소 위주로 과하게 주지 말고, 칼륨·인산 등과 균형 있게 시비하세요. 통풍이 잘 되도록 포기 사이 간격을 넉넉히 하고, 잡초와 주변 식생을 정리해 진딧물의 은신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기적으로 잎 뒷면과 새순, 꽃봉오리를 꼼꼼히 살펴 조기에 진딧물을 발견하면, 손으로 문지르거나 물 분무기로 씻어내는 습관을 들이세요. 온실이나 실내에서는 환기를 자주 시키고, 화분이나 트레이를 너무 빽빽하게 배치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참고
https://kspsjournal.or.kr/xml/41271/41271.pdf
https://www.nongsaro.go.kr/portal/ps/psv/psvr/psvre/curationDtl.ps?menuId=PS03352&srchCurationNo=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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