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뿌리썩음병 원인과 증상, 확산 경로, 방제법은?

배추를 키우다 보면 한창 잘 자라던 포기들이 갑자기 시들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힘없이 축 늘어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물이 부족하거나 일시적인 생육 부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배추 뿌리썩음병이라는 토양 속의 집요한 병원균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배추 뿌리썩음병은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한 번 발생하면 밭 전체로 빠르게 번져 농가에…

By.

min read

배추를 키우다 보면 한창 잘 자라던 포기들이 갑자기 시들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힘없이 축 늘어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물이 부족하거나 일시적인 생육 부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배추 뿌리썩음병이라는 토양 속의 집요한 병원균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배추 뿌리썩음병은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한 번 발생하면 밭 전체로 빠르게 번져 농가에 큰 피해를 주는 골칫거리입니다.

배추 뿌리썩음병은 땅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식물 전체를 위협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뿌리와 줄기, 잎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수확 직전까지도 피해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배추 뿌리썩음병의 원인부터 증상, 확산 경로, 예방과 방제법까지 실제 현장에서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세하게 안내해드릴게요.



배추 뿌리썩음병의 원인과 증상

배추는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북미,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널리 재배되는 중요한 채소죠. 하지만 어느 나라든, 배추밭에서 갑자기 포기들이 시들고 잎이 노랗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농민들의 걱정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땅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뿌리썩음병(root rot)은 배추뿐 아니라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 다양한 브라시카(Brassica) 작물의 생산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토양전염성 질병입니다.

배추 뿌리썩음병은 주로 피티움(Pythium), 리조크토니아(Rhizoctonia), 푸사리움(Fusarium) 등 다양한 곰팡이성 병원균에 의해 발생하는 토양전염성 병입니다. 이 병원균들은 토양 속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으며, 뿌리 끝이나 상처 부위를 통해 식물체에 침입합니다. 특히 습한 환경, 배수가 불량한 밭, 연작이 반복되는 포장에서 더 쉽게 발생합니다.

  • Pythium spp.는 특히 저온 다습한 환경에서 강하게 발생하며, ‘워터 몰드(water mould)’로도 불립니다.
  • Rhizoctonia solani는 토양에 널리 퍼져 있고, 씨앗 부패, 유묘기 입고(줄기 썩음), 뿌리와 줄기 부위의 썩음을 일으킵니다.
  • Fusarium spp.는 주로 시들음과 함께 뿌리 및 줄기 썩음을 유발합니다.
  • Phytophthora spp.는 습한 환경에서 급격한 뿌리 부패를 일으키며, 일부 지역에서는 Pythium과 함께 혼합 감염이 흔합니다.

초기에는 뿌리와 지제부(땅과 맞닿는 줄기 아래쪽)에 갈색의 수침상(물에 젖은 듯한) 썩음 증상이 나타나고, 뿌리는 점차 갈색, 검은색으로 변하며 조직이 물러져 쉽게 끊어집니다. 줄기 밑둥도 갈변되며, 심하면 병원균의 흰 균사체가 지제부에 퍼져 있는 것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잎은 점차 누렇게 변하고, 힘을 잃으며, 시들어 바닥에 축 늘어집니다. 심한 경우 잎이 가라앉고 썩은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무름병과 달리 악취가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병이 진전되면 포기 전체가 말라죽거나, 수확 직전까지도 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뿌리썩음병은 무름병, 뿌리혹병 등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습니다. 무름병은 주로 결구 과정에서 잎이 썩으며 악취가 심하고, 잎이 물러져 쉽게 분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뿌리썩음병은 주로 뿌리와 밑둥에서 시작해 잎이 누렇게 변하고 시들지만 악취는 심하지 않습니다. 뿌리혹병은 뿌리에 혹이 생기고, 식물 전체가 시드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뿌리썩음병은 혹이 아닌 썩음 증상이 중심이 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뿌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증상의 다양성

  • 유묘기에서는 입고(damping-off) 증상, 즉 씨앗이 싹 튼 직후 줄기 밑동이 가늘어지고 검게 변하며, 식물이 쓰러져 죽는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 생육기에는 뿌리와 줄기 밑동이 갈색~흑갈색으로 변해 물러지고, 뿌리를 만지면 겉껍질이 미끄러지듯 벗겨지거나, 속이 실처럼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잎과 지상부는 노랗게 변하고, 전체적으로 생장이 지연되며, 심하면 포기 전체가 시들고 말라죽습니다.
  • 특이 증상으로는 Pythium 감염 시 뿌리의 겉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슬러핑(sloughing) 현상이 나타나고, Rhizoctonia 감염 시에는 뿌리 끝이 창끝처럼 뾰족해지는 spear-point 증상, Fusarium 감염 시에는 뿌리와 줄기 속이 갈색으로 변하는 내부 변색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무름병(soft rot), 뿌리혹병(clubroot) 등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으나, 뿌리혹병은 뿌리에 혹이 생기고, 무름병은 악취와 함께 조직이 물러지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발병 환경과 확산 경로

배추 뿌리썩음병은 습도가 높고 배수가 잘 안 되는 토양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장마철이나 비가 잦은 시기, 저지대에 위치해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밭에서는 병원균이 활발히 활동합니다. 특히 Pythium과 Phytophthora는 주로 습한 토양, 저온(특히 12~16℃의 서늘한 기후), 그리고 배수가 불량한 밭에서 급격히 번식합니다. 연작이 반복되는 밭에서는 토양 내 병원균 밀도가 높아져 발병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질소비료 과용, 미숙 퇴비 사용, 토양 산도(pH)가 지나치게 낮은 경우도 병원균 증식을 촉진합니다.

병원균은 토양에서 균사, 포자, 균핵 형태로 오랜 기간 살아남으며, 감염된 식물체 잔재나 뿌리, 토양을 통해 다음 작기에도 쉽게 전염됩니다. 비, 관수, 농기구, 장화, 작업복 등을 통해 병원균이 밭 전체로 퍼질 수 있어, 한 포기에서 시작된 병이 순식간에 전체 밭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Pythium은 물을 통해 이동하는 수생성 포자(zoospore)로 밭 전체에 빠르게 퍼질 수 있습니다. 인근 밭에 같은 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감염된 식물 잔재를 밭에 남기지 않고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밭의 저지대, 배수 불량 구역, 냉해에 노출된 곳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피해 양상과 경제적 손실

뿌리썩음병은 배추의 생육 전 기간에 걸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유묘기에는 잘록병 형태로 묘목이 고사하고, 본격적인 생육기에는 뿌리와 줄기가 썩으면서 포기 전체가 시들고 말라죽습니다. 결구가 진행되는 시기에는 잎이 제대로 뭉치지 않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심한 경우 밭 전체의 30~50% 이상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수확 직전까지 멀쩡하던 배추가 갑자기 시들어버리면 농가 입장에서는 경제적 타격이 매우 큽니다.

해외 피해 사례

  • 이집트 북부에서는 겨울철 평균 12~16℃의 서늘한 기후와 겨울철 강우가 많아, Pythium 뿌리썩음병이 배추(특히 Napa, Michihli 품종)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합니다. Pythium ultimum, Rhizoctonia solani, Fusarium solani, Phytophthora spp.가 모두 분리되었고, Napa(청경채형) 품종이 Michihli(적색형)보다 더 감염에 취약했습니다.
  • 일본에서는 Pythium ultimum에 의한 줄기와 뿌리썩음병이 ‘Pythium rot’로 불리며, 저온·다습한 봄철에 피해가 집중됩니다.
  • 덴마크에서는 Pythium tracheiphilum이 성숙한 배추의 잎과 결구(머리)까지 썩게 하며, 수확량의 40~50% 손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 호주, 베트남, 미국 등에서도 Rhizoctonia, Pythium, Fusarium에 의한 배추 뿌리썩음병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북서부, 유럽 북부 등 저온·다습한 기후에서 피해가 심합니다.

예방과 방제

배추 뿌리썩음병 예방과 관리는 토양 환경 개선과 병원균 확산 차단에 집중해야 합니다. 두둑을 높게 만들고 배수로를 정비해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며, 완숙 퇴비와 적정량의 비료를 사용해 토양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질소비료 과용은 피하고, 토양 산도는 6.5~7.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작을 피하고, 3~4년 주기로 비기주작물(병원균이 감염하지 않는 작물)로 윤작하는 것이 병원균 밀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감염된 포기는 조기에 뽑아내고, 주변 흙까지 함께 제거해 멀리 버리거나 소각해야 합니다. 작업 도구와 장화, 작업복은 사용 후 반드시 세척·소독해 2차 감염을 막아야 하며, 시설하우스 내에서는 환기와 통풍을 자주 해 과습을 막아야 합니다.

화학적 살균제는 정식 전 토양 혼화처리나 뿌리 관주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루아지남, 메탈락실, 아족시스트로빈 등 다양한 살균제가 있으며, 사용 시 제품 설명서의 희석비율과 사용량을 꼭 지켜야 합니다. 과용 시 약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친환경 재배에서는 미생물제(바실러스, 트리코더마 등)와 유황자재를 활용해 토양 내 병원균 활동을 억제합니다. 미생물제는 토양 내 유익균을 늘려 병원균과 경쟁하게 하며, 유황자재는 토양 산도 조절과 미생물 균형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자재는 정식 전이나 생육 중 2~4주 간격으로 토양에 뿌리거나 관수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토양 및 환경 관리

  • 배수 개선 : 밭을 고르고, 두둑을 높게 만들어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합니다. 저지대, 습지, 배수가 안 되는 곳은 피하거나, 배수로를 설치합니다.
  • 적정 파종 시기 : 토양 온도가 너무 낮거나, 장마철에는 파종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토양 소독 : 파종 전 태양열 소독(solarization), 증기 소독, 혹은 허용된 살균제(메탈락실, 플루아지남 등)로 토양을 처리합니다.
  • 완숙 퇴비 사용 : 미숙 퇴비나 질소 과다 시비는 피하고, 완전히 발효된 유기질 비료를 사용합니다.

작부체계와 묘상 관리

  • 윤작 : 배추, 무, 브로콜리의 경우 연작을 피하고, 2~3년 주기로 콩, 옥수수, 보리 등 비기주작물과 돌려짓기합니다.
  • 건강한 묘목 사용 : 묘상에서 입고, 뿌리썩음병에 걸린 묘목은 이식하지 않고, 건강한 묘목만 선별해 밭에 심습니다.
  • 묘상 소독 : 묘상 흙도 태양열 소독, 증기 소독, 혹은 살균제로 처리합니다.

생물학적 및 친환경 방제

  • 미생물제 활용 : Bacillus subtilis, Pseudomonas fluorescens, Trichoderma spp. 등 길항균(biocontrol agents)을 토양 혼합, 뿌리 침지, 씨앗 코팅 등으로 적용하면 Pythium, Rhizoctonia, Fusarium 방제에 효과가 있습니다.
  • 유기농자재 : 유황, 구리제 등도 예방적 의미로 사용되며, 토양 내 유익균 증진이 중요합니다.
  • 감염 포기 조기 제거 : 병든 식물은 조기에 뽑아내고, 주변 흙까지 함께 제거해 소각하거나 멀리 폐기합니다.

화학적 방제

  • 살균제 사용 : 메탈락실(metalaxyl), 플루아지남(fluazinam), 아족시스트로빈(azoxystrobin) 등은 Pythium, Phytophthora, 일부 Rhizoctonia 방제에 효과가 있습니다.
  • 씨앗 소독 : quintozene(pentachloronitrobenzene, PCNB) 등으로 씨앗을 소독하면 입고와 뿌리썩음병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적정 사용 : 살균제는 반드시 라벨 지침에 따라 사용하고, 내성 방지를 위해 교차 사용을 권장합니다.

실전 관리 팁과 주의사항

배추 뿌리썩음병 방제를 위해서는 두둑 높이 조절, 배수로 정비, 완숙 퇴비 사용, 적정 비료 시비, 연작 피하기, 감염 포기 조기 제거, 작업 도구 소독, 환기와 통풍 관리 등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병원균이 토양에 남아 있으므로, 감염된 잔재를 밭에 남기지 말고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화학 살균제는 반드시 사용설명서를 준수하고, 과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약해 발생 시 즉시 물로 흙을 헹구고, 식물 상태를 며칠간 관찰해야 합니다. 친환경 자재를 병행 사용하면 약제 사용량을 줄이고, 토양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뿌리 건강이 배추밭을 지킵니다

배추 뿌리썩음병은 토양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배추밭 전체를 위협하는 집요한 병인 만큼 예방과 조기 관리, 그리고 토양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두둑을 높이고, 배수로를 정비하며, 연작을 피하고, 완숙 퇴비와 적정 비료로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병이 발생했다면 조기에 감염된 배추 포기를 제거하고 토양 소독과 다양한 방제법을 병행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business.qld.gov.au/industries/farms-fishing-forestry/agriculture/biosecurity/plants/diseases/horticultural/damping-off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