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식집사가 해야할 일은?

11월, 정원은 조용히 겨울을 준비합니다.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고, 해는 짧아져 오후만 되어도 어스름이 내려앉죠. 나무들은 이미 대부분 잎을 떨구었고, 화단의 꽃대도 시들어 고요한 풍경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적막함 속에서도 정원사는 손을 멈추지 않습니다. 겨울을 견디고 내년 봄, 여름을 준비하는 씨앗과 구근을 심는 마지막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정원사의 마음은 조금 쓸쓸하면서도, 동시에 작은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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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정원은 조용히 겨울을 준비합니다.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고, 해는 짧아져 오후만 되어도 어스름이 내려앉죠. 나무들은 이미 대부분 잎을 떨구었고, 화단의 꽃대도 시들어 고요한 풍경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적막함 속에서도 정원사는 손을 멈추지 않습니다. 겨울을 견디고 내년 봄, 여름을 준비하는 씨앗과 구근을 심는 마지막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단풍잎의 색상 변화를 책임지는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이 시기, 정원사의 마음은 조금 쓸쓸하면서도, 동시에 작은 희망으로 두근거립니다. 겨울의 문턱에서 심는 씨앗이 과연 얼어붙은 땅을 뚫고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그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걱정이 교차하는 시간이 바로 11월입니다. 11월에 식집사가 할 일을 날짜 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1월 정원사의 하루를 따라가며, 이달에 파종할 수 있는 꽃들과 그 관리, 그리고 겨울을 맞이하는 정원의 풍경을 조금 색다른 포맷, ‘정원사 일기’ 형식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프롤로그

11월의 정원은 조용합니다. 화려한 여름과 가을의 꽃잔치가 막을 내리고, 나뭇잎은 바람에 실려 땅을 덮습니다. 이 시기 정원사는 ‘정리’와 ‘준비’라는 두 단어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얼핏 보기에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사실 11월은 내년 봄과 여름을 위한 씨앗과 구근, 그리고 꿈을 심는 시간입니다.

단풍나무의 모든 것, 생태 및 외형부터 생존 전략까지

11월 1일 – 서리가 내리기 전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갑다. 첫서리가 내리기 전, 정원 한 바퀴를 돈다.
떨어진 낙엽은 무심코 쓸어버리기보다, 구근 심은 자리나 겨울을 나는 초화의 보온재로 모아둔다.
잔디는 마지막으로 5cm 정도로 짧게 깎고, 눈 곰팡이병을 예방할 준비를 한다.
이맘때 정원사의 손끝은 바쁘다. 관엽식물, 사초류, 추위에 약한 초화들은 집 안으로 들여놓는다.
겨울에는 정원도, 정원사도 잠시 숨을 고른다.

11월 3일 – 구근 심기, 내년 봄을 위한 약속

11월은 구근식물 심기의 황금기다.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알리움, 크로커스, 아네모네, 히아신스, 사프란, 스노우드롭 등.
구근은 배수가 잘되는 흙에 2~3배 깊이로 묻는다.
심기 전 구근을 소독해 곰팡이를 예방하고, 낙엽을 덮어 보온재로 활용한다.
구근마다 심는 깊이와 간격이 다르니, 포장지의 안내를 참고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내년 봄 정원의 설계도에 색을 입히는 일이다.

11월 6일실내 파종, 겨울 속 작은 온실 만들기

바깥은 점점 더 차가워지지만, 실내는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이다.
11월에 실내에서 파종할 수 있는 꽃들은 의외로 많다.
페튜니아, 피버휴, 블루 바코파, 델피니움 등.
작은 화분이나 트레이에 씨앗을 뿌리고,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둔다.
실내 온도는 15~20도, 물은 겉흙이 마르면 분무기로 가볍게 준다.
실내 파종은 겨울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작은 정원, 그리고 봄에 옮겨심을 모종을 키우는 시간이다.

11월 10일야외 파종, 겨울을 견디는 강인한 꽃들

11월에 야외에서 직접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꽃들도 있다.
락스퍼(제비꼬깔), 별안개, 니겔라(흑종초), 꽃양귀비, 수레국화, 헬리크리섬(종이꽃), 동자꽃, 갯패랭이 등.
특히 니겔라는 가을에 뿌려야 꽃송이도 크고, 세력도 좋다. 봄이나 늦여름에 뿌리면 키도 작고 꽃도 실하지 않다.
꽃양귀비 역시 가을에 심는 것이 꽃대도 많고, 꽃송이도 크고 화려하다.
이런 꽃들은 씨앗이 워낙 미세하니 원예용 상토를 꼭 사용하고, 흙 위에 살짝 뿌린 뒤 얇게 덮어준다.
겨울을 땅속에서 보내며, 이듬해 봄에 힘차게 싹을 틔운다.

11월 13일월동 준비, 멀칭과 보온

파종이 끝나면, 이제 월동 준비다.
구근이나 씨앗을 심은 자리에는 낙엽, 짚, 볏짚, 마른 풀 등으로 멀칭을 한다.
화분 식물은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보온재나 잠복소를 씌워 보온성을 높인다.
특히 겨울이 매서운 지역에서는 멀칭이 생존의 열쇠다.
멀칭은 뿌리를 얼지 않게 보호하고, 봄에 싹이 더 건강하게 올라오도록 돕는다.

11월 16일정원 정리, 볼륨과 겨울의 미학

시든 초화와 낙엽을 모두 치우기보다는, 겨울 정원의 볼륨을 위해 일부는 남겨둔다.
마른 줄기와 씨방은 눈이 내렸을 때 의외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겨울 정원은 텅 빈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씨앗과 구근, 그리고 봄을 기다리는 생명으로 가득하다.

11월 20일장미와 다년생의 겨울맞이

장미는 11월에 예비 전정을 한다.
키의 1/3 정도로 가지를 자르고, 죽은 가지와 병든 가지를 정리한다.
덩굴장미는 유인과 전정을 통해 수형을 정돈한다.
장미 주변의 묵은 잎과 가지는 병해충 방제를 위해 정원에서 격리한다.
잡초 제거, 경운, 멀칭도 이 시기에 마무리한다.

11월 23일정원사의 노트, 11월에 심은 꽃 목록

  • 구근식물: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알리움, 크로커스, 아네모네, 히아신스, 사프란, 스노우드롭 등
  • 실내 파종: 페튜니아, 피버휴, 바코파, 델피니움 등
  • 야외 파종(노지 직파): 락스퍼, 별안개, 니겔라, 꽃양귀비, 수레국화, 헬리크리섬, 동자꽃, 갯패랭이 등
  • 다년생/이년생: 동자꽃, 갯패랭이, 수레국화, 헬리크리섬, 니겔라, 락스퍼, 별안개 등
  • 특이 식물: 파인애플릴리, 라넌큘러스, 왕자귀나무, 닭의난초, 백도라지, 에린지움 등
  • 정원 정리와 월동: 장미, 관엽식물, 사초류, 초화류, 잔디 등

11월 27일예기치 못한 변수

11월 정원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다.
갑작스러운 한파, 첫눈, 예상보다 빠른 서리.
씨앗이 얼지 않을까, 구근이 썩지 않을까, 걱정은 끝이 없다.
하지만 정원사는 이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내년의 꽃을 꿈꾼다.
11월에 심는 씨앗과 구근은,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봄에 대한 확신의 상징이다.

에필로그

11월은 정원의 시간이 느려지는 달이지만, 정원사의 마음은 더 분주하다.
이달에 심는 꽃들은 겨울을 땅속에서 보내며, 봄이 오면 세상을 다시 물들일 준비를 한다.
정원은 비워지는 듯하지만, 사실은 ‘채워지는 시간’이다.
씨앗 하나, 구근 하나, 그리고 낙엽 한 장까지 모두 내년을 위한 재료다.

정원사는 오늘도 흙 위에 작은 씨앗을 놓으며,
“내년 봄, 이 자리에서 어떤 꽃이 피어날까?”
그 상상만으로도 겨울의 긴 밤이 견딜 만해진다.

참고사항

  • 11월은 정원 정리와 월동 준비, 그리고 실내·야외 파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달이다.
  • 구근식물은 이달에 심어야 내년 봄 제대로 꽃을 볼 수 있다.
  • 실내 파종은 겨울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 멀칭과 보온, 그리고 정원 정리는 11월 정원사의 필수 미션이다.
  • 11월의 정원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숨 고르기’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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