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자라야 할 마늘밭에서 잎이 누렇게 변하고, 포기가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농부의 마음은 무거워집니다. 이처럼 겉으로는 단순한 시듦이나 생육 부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땅속에서 뿌리와 구근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마늘 뿌리썩음병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 병은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한 번 발생하면 밭 전체로 빠르게 번져 마늘 재배지에 장기적인 피해를 남깁니다.
마늘 뿌리썩음병은 여러 곰팡이, 선충, 그리고 복합 감염에 의해 나타나며, 증상과 원인, 관리법이 매우 다양합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마늘 뿌리썩음병의 실제 사례와 증상, 주요 병원체, 확산 경로, 그리고 실질적인 방제 및 예방법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목차
마늘 뿌리썩음병의 주요 원인과 병원체
마늘 뿌리썩음병은 단일 원인보다는 여러 병원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1. 흰색썩음병(White Rot, Stromatinia cepivora)
흰색썩음병은 마늘과 양파, 파 등 모든 Allium 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곰팡이병입니다. 이 병은 Stromatinia cepivora(혹은 Sclerotium cepivorum)라는 곰팡이가 원인인데, 토양 속에서 ‘스클레로티아(sclerotia)’라는 미세한 검은 알갱이 형태로 수십 년간 잠복할 수 있습니다.
흰색썩음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악명 높은 마늘 뿌리썩음병으로, 한 번 발생하면 밭 전체가 수십 년간 마늘·양파 재배에 부적합해질 수 있습니다.
2. 푸사리움 뿌리썩음병(Fusarium Basal Rot)
푸사리움 뿌리썩음병은 Fusarium oxysporum f. sp. cepae, F. proliferatum, F. culmorum 등 다양한 푸사리움 곰팡이가 원인입니다. 이 곰팡이들은 토양 속에 널리 분포하며, 특히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잘 발생합니다.
푸사리움은 뿌리와 구근의 밑동(플레이트)부터 갈색~적갈색으로 썩게 만들고, 구근 내부까지 부패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3. 선충(Nematode, Ditylenchus dipsaci 등)과 복합 감염
마늘 뿌리썩음병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줄기선충(Ditylenchus dipsaci)입니다. 이 선충은 뿌리와 구근에 직접 침입해 조직을 손상시키고, 2차적으로 곰팡이 감염을 쉽게 만듭니다.
실제로 선충과 푸사리움, 흰색썩음병 곰팡이가 동시에 감염되면, 피해가 훨씬 심각해지고 방제도 어려워집니다.
주요 증상과 진단법
마늘 뿌리썩음병은 뿌리와 구근, 그리고 지상부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증상은 병원체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잎과 지상부의 변화
초기에는 잎 끝이 노랗게 변하고, 점차 시들어갑니다. 잎 전체가 누렇게 되거나, 아래쪽 잎부터 말라가며, 결국 포기 전체가 힘없이 쓰러집니다.
생육이 정지되고, 포기가 작아지며,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병이 심하면 마늘 줄기가 쉽게 뽑히거나, 뿌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2. 뿌리와 구근의 변화
- 흰색썩음병: 뿌리와 구근 밑동에 하얀 솜털 같은 곰팡이(균사)가 번지며, 점차 검은색 미세 알갱이(스클레로티아)가 생깁니다. 뿌리가 썩고, 구근이 물러지며, 구근 표면이나 내부에서 썩은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 푸사리움 썩음병: 구근 밑동이 갈색~적갈색으로 변하고, 구근 내부가 물러지거나 갈변합니다. 흰색, 분홍색, 붉은색 곰팡이 균사가 보일 수 있고, 구근이 쪼글쪼글해지며, 저장 중에도 부패가 진행됩니다.
- 선충 피해: 뿌리와 구근이 비정상적으로 작아지거나, 조직이 물러지고, 갈색 반점이 생깁니다. 구근이 쉽게 부스러지고, 뿌리가 짧고 가늘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기타 특징
병든 마늘은 땅에서 쉽게 뽑히고, 뿌리가 거의 남아 있지 않거나, 썩어 끊어진 상태입니다.
흰색썩음병의 경우, 토양이나 구근 표면에 아주 작은 검은 알갱이(스클레로티아)가 보이면 거의 확진입니다.
푸사리움은 구근 절단 시 내부가 갈색, 붉은색, 물러진 조직이 보입니다.
발병 환경과 확산 경로
마늘 뿌리썩음병은 토양전염성 질병으로, 환경 조건과 토양 관리에 따라 피해가 크게 달라집니다.
1. 흰색썩음병(White Rot)
흰색썩음병은 서늘하고 습한 환경(토양 온도 15~18℃, 습도 70% 이상)에서 가장 잘 발생합니다.
스클레로티아는 토양 속에서 수십 년간 살아남으며, 마늘·양파 뿌리에서 나오는 특정 화학물질(알릴계 화합물)에 반응해 발아합니다.
감염된 흙, 농기구, 장화, 심지어 바람에 날린 흙먼지 등으로도 쉽게 전염됩니다.
한 번 발생한 밭은 수십 년간 마늘·양파 재배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2. 푸사리움 뿌리썩음병
푸사리움은 고온·건조한 환경(20~28℃)에서 잘 발생하며, 토양 내 유기물, 미숙 퇴비, 연작 등으로 밀도가 높아집니다.
감염된 씨마늘, 밭에 남은 잔재, 농기구, 관수 등으로 확산됩니다.
푸사리움은 저장 중에도 구근을 계속 썩게 만들 수 있습니다.
3. 선충 및 복합 감염
줄기선충은 땅속에서 마늘 뿌리와 구근에 침입해 조직을 손상시키고, 2차 곰팡이 감염을 쉽게 만듭니다.
선충은 토양, 감염된 씨마늘, 농기구, 물 등으로 확산되며, 한 번 감염된 밭은 선충 밀도가 높아져 피해가 반복됩니다.
피해 양상과 경제적 손실
마늘 뿌리썩음병은 전 세계적으로 마늘 생산량과 품질에 큰 타격을 주는 병입니다.
흰색썩음병은 밭 전체의 50% 이상이 고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며, 한 번 발생하면 수십 년간 피해가 반복됩니다.
푸사리움 뿌리썩음병은 수확량이 30~40% 이상 줄어들 수 있고, 저장 중에도 부패가 계속되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선충 피해는 구근 크기 감소, 생육 불량, 2차 감염 증가 등으로 이어져, 수확량과 품질 모두에 악영향을 줍니다.
진단과 혼동되는 병
마늘 뿌리썩음병은 무름병(soft rot), 바이러스병, 뿌리혹병 등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될 수 있습니다.
무름병은 구근이 물러지고 악취가 심한 반면, 흰색썩음병은 하얀 곰팡이와 검은 스클레로티아가 특징입니다.
푸사리움은 구근 밑동이 갈색으로 변하고, 내부까지 썩는 점이 구별 포인트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뿌리와 구근을 잘라 내부 색, 곰팡이 균사, 스클레로티아 유무 등을 관찰해야 합니다.
예방과 관리의 기본 원칙
마늘 뿌리썩음병은 한 번 발생하면 완전한 방제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관리가 핵심입니다.
1. 토양 관리와 윤작
- 흰색썩음병이 발생한 밭에서는 7~10년 이상 마늘·양파 재배를 피하고, 비기주작물(옥수수, 콩, 보리 등)로 돌려짓기를 해야 합니다.
- 푸사리움, 선충 피해도 연작을 피하고, 3~4년 주기로 윤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밭을 평탄하게 만들고, 배수로를 정비해 습기가 오래 머물지 않게 해야 합니다.
2. 건강한 씨마늘 선별과 소독
-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씨마늘만 사용하고, 씨마늘은 파종 전 온탕 소독(50℃, 20~30분)이나 허용된 살균제, 선충제 등으로 소독합니다.
- 감염된 잔재, 뿌리, 구근 등은 밭에 남기지 말고, 반드시 수거해 소각하거나 멀리 폐기합니다.
3. 농기구 및 작업자 위생
- 감염된 밭에서 사용한 농기구, 장화, 작업복 등은 사용 후 반드시 세척·소독해야 합니다.
- 밭 사이 이동 시 흙이 묻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능하면 밭마다 전용 도구를 사용합니다.
4. 토양 소독 및 미생물제 활용
- 흰색썩음병 발생 지역에서는 태양열 소독, 증기 소독, 허용된 살균제, 미생물제(Trichoderma 등)로 토양 내 병원균 밀도를 낮춥니다.
- 푸사리움, 선충 피해에는 유기물 관리, 미생물제, 토양개량제(석회, 유황 등)도 병행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실전 방제와 저장 관리
마늘 뿌리썩음병 방제는 밭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수확 후 저장 과정에서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 수확 후에는 구근을 잘 건조시키고, 상처가 난 구근은 따로 분리해 저장 중 부패 확산을 막습니다.
- 저장 중에는 온도와 습도를 낮게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해 곰팡이 번식을 억제합니다.
- 푸사리움은 저장 중에도 구근을 계속 썩게 만들 수 있으니, 저장 전 구근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세요.
해외 사례와 최신 연구 동향
마늘 뿌리썩음병은 인도네시아, 멕시코, 캐나다, 미국, 영국, 터키 등 전 세계 마늘 주산지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흰색썩음병은 한 번 감염된 밭에서 수십 년간 스클레로티아가 남아 피해가 반복되며, 미국, 영국 등에서는 밭 전체를 폐경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푸사리움 뿌리썩음병은 고온 지역, 저장 환경이 불량한 지역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Clonostachys rosea라는 새로운 곰팡이도 마늘 뿌리썩음병의 원인으로 보고되어, 병원체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뿌리 건강이 마늘밭의 미래를 지킨다
마늘 뿌리썩음병은 토양 속에서 오랜 기간 잠복하며, 한 번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밭 전체를 위협하는 집요한 병입니다. 예방과 조기 관리, 그리고 토양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연작을 피하고, 건강한 씨마늘을 사용하며, 밭과 농기구의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참고
https://www.uidaho.edu/-/media/UIdaho-Responsive/Files/Extension/publications/bul/bul955.pdf?la=en
https://www.mdpi.com/2311-7524/8/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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