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식집사가 해야할 일은?

12월, 정원사의 마음에는 쓸쓸함이 깊이 스며듭니다. 한 해의 끝, 겨울의 문턱. 정원은 이제 거의 모든 색을 잃고, 땅은 얼어붙고, 나뭇가지는 앙상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바람은 차갑고, 낮은 짧아져 오후 네 시만 되어도 어둠이 내려앉죠. 정원에 남아 있는 것은 시든 줄기와 마른 잎, 그리고 눈이 내린 날이면 그 위를 덮는 희고 조용한 침묵뿐입니다. 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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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정원사의 마음에는 쓸쓸함이 깊이 스며듭니다. 한 해의 끝, 겨울의 문턱. 정원은 이제 거의 모든 색을 잃고, 땅은 얼어붙고, 나뭇가지는 앙상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바람은 차갑고, 낮은 짧아져 오후 네 시만 되어도 어둠이 내려앉죠. 정원에 남아 있는 것은 시든 줄기와 마른 잎, 그리고 눈이 내린 날이면 그 위를 덮는 희고 조용한 침묵뿐입니다. 하지만 이 쓸쓸함 속에서 정원사는 묘한 위로와 희망을 찾습니다. 겨울의 정원은 비어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내년을 위한 준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12월의 정원에서 씨앗을 뿌리거나 구근을 심는 일은, 봄이나 여름에 하는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따뜻한 계절의 파종이 ‘성장’과 ‘기대’라면, 겨울의 심기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입니다. 땅은 차갑고, 손끝은 금방 얼어붙지만, 정원사는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좋아합니다. 흙을 파고, 구근을 묻고, 낙엽이나 짚으로 땅을 덮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겨울잠에 드는 동물의 둥지처럼, 봄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의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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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식집사가 해야할 일은?

❄️ 12월 1~10일 : 월동 준비와 심기

12월이 시작되면 정원의 얼어붙은 풍경 속에서 본격적인 월동 준비가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근 식물, 월동하는 다년생, 이른 봄을 준비하는 식물들을 한파로부터 지키기 위한 작업이에요. 흙이 아직 완전히 얼지 않은 시기를 이용해 튤립, 수선화, 히아신스, 크로커스 등 늦게 심어도 되는 구근식물들을 마지막으로 심을 수 있습니다. 구근을 심고 흙을 덮은 뒤에는 낙엽, 짚, 마른 풀 등으로 멀칭을 두툼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분은 스티로폼 위에 올리거나 자루, 천으로 감싸서 보호하고, 바람이 심한 날에는 벽 쪽으로 화분을 모아 둡니다. 실내나 도시 베란다에서는 페튜니아, 로벨리아, 바코파 씨앗 파종도 가능합니다. 이른 아침, 촉촉한 흙에 씨앗을 뿌리고 간단히 덮으면, 겨울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작은 생명체들이 기다림 속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 구근식물 심기: 흙이 얼기 전, 튤립 등 마지막 심기
  • 멀칭 작업: 낙엽, 짚, 신문지 등으로 보온
  • 화분 보온: 스티로폼, 자루 활용, 벽 쪽으로 이동
  • 실내 파종: 일년생 씨앗 뿌리고 촉촉하게 유지

☁️ 12월 11~31일 : 보호, 기록, 그리고 내년 준비

12월의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보호’입니다. 이미 심어둔 구근이나 월동하는 다년생, 이른 봄에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식물들을 추위와 바람, 그리고 갑작스러운 한파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멀칭은 이 시기의 필수 작업입니다. 낙엽, 짚, 마른 풀, 심지어는 신문지나 부직포까지 동원해 땅을 덮습니다. 화분은 스티로폼 위에 올리고, 바람이 심한 날에는 화분을 모아 벽 쪽에 붙여둡니다. 때로는 화분 전체를 자루나 천으로 감싸기도 하죠. 정원사는 마치 겨울잠에 드는 동물처럼, 식물 하나하나에 이불을 덮어주며, ‘잘 버텨라, 내년 봄에 다시 만나자’고 속삭입니다.

12월의 정원은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생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는 구근이 뿌리를 내리고, 씨앗이 차가운 흙 속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눈이 내린 날, 정원에 나가 조용히 서 있으면, 그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봄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겨울은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지만, 자연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정원사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겨울의 쓸쓸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기쁨을 찾습니다.

중순부터 연말까지는 이미 준비한 식물들을 잘 보호하는 데 집중합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땐 멀칭 상태를 확인하고, 혹시 바람이 심하면 추가 보온을 합니다. 눈이 온 다음에는 정원에 나가 시든 줄기와 마른 잎, 눈에 덮인 식물도 가만히 두고 고요함을 만끽하세요. 실내에서는 파종한 씨앗이 싹을 틔우는지 매일 관찰하고, 물주기와 온도 조절에 신경을 써줍니다.

이 시기에는 한 해를 돌아보고 꽃과 나무, 성공과 실패, 내년을 위한 계획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됩니다. 12월의 정원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은 ‘기록’이 되는 건데요. 한 해 동안 심었던 꽃과 나무, 실패와 성공, 그리고 내년을 위한 계획을 노트에 적어봅니다. 어떤 구근이 가장 먼저 피었는지, 어느 꽃이 가장 오래 갔는지, 어떤 자리에 어떤 식물이 잘 자랐는지, 이 기록들은 겨울밤의 긴 시간 동안, 정원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추억이자, 내년을 위한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때로는 지난봄 찍어둔 꽃 사진을 꺼내보며, ‘이 자리에서 다시 꽃이 피겠지’ 하고 상상합니다. 쓸쓸함 속에 깃든 희망, 그게 겨울 정원의 진짜 매력입니다. 지난 계절의 사진들을 보며 다음 봄을 상상하고, 내년에는 어떤 식물을 심고 싶은지 구상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겨울의 정원은 비어 있는 듯하지만 기록과 상상, 희망이 함께 자라나는 공간입니다.

  • 멀칭 점검, 화분 추가 보온
  • 실내 씨앗 생장 관찰, 물주기 조절
  • 한 해의 정원 기록 남기기
  • 내년 심을 꽃과 구근, 계획 구상
  • 눈 내린 정원에서 겨울의 기운 느끼기

12월에 파종할 수 있는 꽃이 있을까?

12월에 심을 수 있는 꽃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개는 가을에 마무리되지만, 남쪽 지방이나 도시의 온화한 베란다, 혹은 실내에서는 아직도 늦가을 파종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튤립, 수선화, 히아신스, 크로커스, 무스카리, 알리움 같은 구근식물은 12월 초까지 심을 수 있습니다. 땅이 완전히 얼기 전, 마지막으로 구근을 심고 흙을 덮은 뒤, 두툼하게 멀칭을 해주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습니다. 특히 튤립과 수선화는 겨울의 차가운 온도를 겪어야만 이듬해 봄에 제대로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늦게라도 구근을 심는 정원사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과, ‘이 겨울만 지나면 반드시 꽃이 핀다’는 희망을 동시에 품게 됩니다.

도시의 베란다나 실내에서는 여전히 파종이 가능합니다. 페튜니아, 로벨리아, 바코파, 피버휴 같은 일년생 꽃들은 실내 온실이나 창가에서 씨앗을 뿌리고, 봄이 오면 모종을 내어 옮겨심을 수 있습니다. 작은 화분에 씨앗을 뿌리고, 매일 아침마다 촉촉한 흙을 만져보며 싹이 트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은, 겨울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소소한 기쁨이기도 합니다. 실내 파종은 겨울의 무료함을 견디는 정원사만의 작은 축제입니다. 바깥세상은 얼어붙었지만, 창가의 작은 화분에서는 생명이 조용히 꿈틀거립니다.

12월 식집사의 에필로그

12월은 식집사에게 사색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바깥세상은 조용하고, 정원은 얼어붙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내년의 정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떤 꽃을 더 심을지, 어떤 색으로 정원을 채울지, 어떤 구근을 어디에 묻을지. 겨울의 정원은 상상력으로 가득 찬 공간입니다. 쓸쓸한 계절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때로는 겨울의 쓸쓸함이 너무 깊어, 정원에 나가는 것조차 망설여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정원사는 작은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배웠으니까요. 눈이 내린 날, 정원에 나가 발자국을 남기며 여기, 이 자리에서 다시 꽃이 피리라는 믿음을 되새깁니다.

12월의 정원은, 어쩌면 정원사에게 가장 진솔한 계절입니다. 화려함도, 풍성함도 사라진 자리에서, 오로지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조용한 희망만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정원사는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음 계절을 준비합니다. 씨앗을 심고, 구근을 덮고, 기록을 남기고, 상상을 키웁니다. 겨울의 쓸쓸함을 견디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내년 봄 정원의 가장 아름다운 시작이 됩니다.

그래서 12월의 정원은 쓸쓸하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습니다.
정원사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준비가,
긴 겨울을 건너, 다시 한 번 세상을 꽃으로 물들일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연과 시간, 그리고 스스로와 깊이 만나는 법을 배웁니다.
12월, 정원사의 마음에는 쓸쓸함과 희망이 나란히 앉아, 조용히 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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