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열매 냄새와 독성의 이유는?

By

min read

은행 열매 냄새와 독성의 이유는?

가을이 되면 거리마다 어김없이 퍼지는 은행 열매 냄새, 한 번쯤 맡아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죠. 저도 매년 가을만 되면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칠 때마다 그 특유의 은행 열매 냄새에 코를 찡그리게 되는데, 이 독특한 은행 열매 냄새의 정체가 뭘까 궁금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냥 불쾌한 냄새로만 치부하기엔, 은행나무가 왜 이런 냄새를 내는지, 또 이 은행 열매 냄새가 동물이나 사람, 자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나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더라고요.

이번 글에서는 은행 열매 냄새가 어디서 오는지, 그 화학적 원인과 자연 속에서의 역할, 그리고 이 은행 열매 냄새와 독성이 동물과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사실 위주로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저 역시 직접 겪고 궁금했던 은행열매 냄새의 모든 것,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시죠.


은행 열매 냄새와 독성의 이유는?

고약한 은행 열매 냄새의 정체는?

은행열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열매의 겉껍질 즉 외종피에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lic acid)’ 같은 독특한 화학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한 버터나 구토물과 비슷한 냄새를 내는 ‘부탄산(Butyric acid)’과 ‘카프로산(Caproic acid)’ 등 지방산과 함께 이들 성분들이 은행 특유의 고약하고 꼬릿한 악취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이러한 냄새는 은행나무가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씨앗을 보호하기 위한 자기방어 전략으로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즉, 고약한 냄새와 피부 자극 성분 덕분에 대부분의 동물은 은행열매에 접근하지 않게 되고, 은행 씨앗은 그만큼 안전하게 남게 되는 것인데요. 그만큼 번식에 유리해지는 것인 만큼 은행나무는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은행 열매 냄새는 사람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죠. 실수로 밟게 되면 신발 밑창에 묻은 채 그대로 집까지 함께 따라와서, 간혹 집안에까지 은행열매의 고약한 냄새가 퍼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은행 열매 냄새, 다른 동물들은 좋아할까?

은행나무 열매의 강한 냄새는 대부분의 동물과 곤충에게 매우 불쾌하게 작용합니다. 이 냄새의 주성분인 빌로볼(Bilobol), 은행산(Ginkgolic acid), 그리고 지방산 등은 열매의 겉껍질에 들어 있어, 동물들이 은행 열매를 먹거나 건드리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은행나무 주변에서는 벌레나 해충이 적고, 병충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고약한 냄새와 독성 성분을 진화시켰으며, 이는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동물이나 곤충이 은행 열매를 먹으면 중독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들은 잘 먹지 않는데요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 씨앗을 퍼뜨릴 만큼 즐겨 먹는 동물은 드문 편입니다. 산이나 숲에서는 은행나무가 자연적으로 퍼지기 어렵고, 주로 인간이 심고 관리하는 곳에서만 은행 나무가 잘 자라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은행 열매를 먹는 생물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일부 조류와 포유류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식량이 부족한 겨울철에 한정적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고, 외피를 제거하고 씨앗만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 조류 : 까치, 까마귀, 비둘기 등 일부 새들이 은행열매의 씨앗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설치류 : 다람쥐, 청설모, 쥐 등도 은행열매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외피는 피하고, 내부의 씨앗만을 골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야생동물 : 삵, 오소리, 너구리 등 일부 포유류도 은행열매를 먹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인간 : 인간도 은행을 먹습니다. 은행을 꼬챙이에 끼워 구워먹는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있죠.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권 국가에서 주로 은행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행의 독성이 다른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은행 열매의 껍질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빌로볼, 은행산 등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서, 피부에 닿기만 해도 염증 유발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국소 염증, 가려움, 발진, 알레르기 증상, 면역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상처가 있거나 피부가 약한 경우에는 더 민감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은행 열매는 대부분의 동물에게 매우 유해하며, 특히 강아지,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은 은행 열매를 먹거나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체구가 작은 반려견은 이런 성분에 잠깐만 노출돼도 심한 피부 증상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은행 열매의 과육에는 시안배당체(청산배당체), 메틸피리독신, 아미그달린 등 동물에게 매우 치명적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청산배당체(아미그달린) : 섭취 시 구토, 설사, 발열, 복통 등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혈변, 흑변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메틸피리독신 : 익혀도 사라지지 않는 독성물질로 구분됩니다. 소량만 섭취해도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경련, 비틀거림, 어지럼증, 심할 경우 발작이나 의식불명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아미그달린 : 과다 섭취 시 두통, 메스꺼움, 복통, 구토 등 중독 증상을 유발합니다.

은행 열매의 독성은 일부 익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므로, 동물에게는 절대 섭취나 접촉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관련 글

그로그루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