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모든 것, 외형과 구조, 효능, 특성부터 우리 문화 속 의미까지

은행나무를 처음 마주한 건 오래된 사찰의 고요한 마당이었습니다. 한가을,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릴 때, 저는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에 빠졌죠. 은행나무의 신비는 수억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인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까지 품고 있습니다. 1.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의 기원 은행나무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기묘한 고요함은, 아마 이 나무가 품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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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모든 것, 외형과 구조, 효능, 특성부터 우리 문화 속 의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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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를 처음 마주한 건 오래된 사찰의 고요한 마당이었습니다. 한가을,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릴 때, 저는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에 빠졌죠. 은행나무의 신비는 수억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인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까지 품고 있습니다.


은행나무의 모든 것, 외형과 구조, 효능, 특성부터 우리 문화 속 의미까지

1.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의 기원

은행나무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기묘한 고요함은, 아마 이 나무가 품고 있는 오랜 시간 때문이었을 겁니다. 은행나무(Ginkgo biloba)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겉씨식물 중 하나로, 약 2억 5천만 년 전, 공룡이 거닐던 시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견뎌온 덕분에 소철, 메타세쿼이아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얻었죠.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과 식물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종입니다. 중생대 쥐라기에는 북반구 전역과 극지방, 아시아, 유럽, 북미, 호주 등지에서 번성했지만 신생대 빙하기를 거치며 대부분 사라졌고, 중국 남부의 한정된 지역에서만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인류의 손에 의해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북미 등지로 다시 퍼져나가게 되었죠.

이토록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은 강인한 생명력과 적응력에 있습니다. 병해충, 공해, 가뭄, 추위 등 거의 모든 환경을 견디며, 도시의 매연 속이나 척박한 땅, 한랭지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유의 강인함으로 은행나무는 가로수, 녹음수, 독립수로 널리 식재되어 왔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이후 대도시의 가로수로 대량 식재되며 오늘날 서울 등 우리나라 대도시의 대표적인 가로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은행나무가 지닌 또 다른 놀라움은 바로 그 긴 수명입니다. 은행나무는 수백 년을 거뜬히 살고, 1,000년이 넘는 고목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곳곳에도 천 년 가까이 된 은행나무들이 남아 있는데, 특히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수령이 1,10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토록 오래 살 수 있는 비밀은 세포 노화가 매우 느리고,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물질을 꾸준히 만들어내 조직의 손상을 막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중요한 조직이 늙지 않고, 병원균이나 가뭄, 추위 같은 환경 스트레스에도 강한 내성을 보입니다. 은행나무의 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수산화칼슘 결정체(집정, druse)가 박혀 있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나무가 품은 작은 보석처럼 영롱한 빛을 냅니다.

참고로 은행나무 목재는 단단하고 연한 노란색을 띠어 각종 기구, 조각재, 가구 등에 널리 쓰이기도 합니다. 가공이 쉬워 생활용품 제작에도 적합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은행나무는 해가 갈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수확량도 꾸준히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수령이 오래되어도 경제적 가치가 줄지 않아, 오랜 세월 동안 식용, 약용, 조경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은행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넓은 그늘을 만들어준다는 부가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 환경 정화 : 공해와 병해충에 강해 도시의 미세먼지와 오염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 생물 다양성 : 잎과 열매, 그늘은 다양한 생물들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합니다.
  • 토양 보호 : 낙엽은 토양을 덮어주고, 빗물을 머금어 환경을 개선합니다.

2. 은행나무의 외형과 구조

은행나무의 외형은 단순하면서도 기품이 있습니다. 줄기는 곧게 하늘로 뻗어 올라가다가, 4~5m쯤에서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갑니다. 큰 나무는 높이 20~30m, 줄기 지름이 2~3m에 이르기도 하죠. 수피는 두껍고 코르크질이 많아 화재에도 강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방화수, 방풍수로도 많이 심어집니다.

은행나무 목재는 소용돌이나 파도 같은 독특한 나뭇결 무늬 덕분에 목공예나 조각재로도 인기가 높아요. 잎은 부채꼴 모양으로, 긴 가지에서는 어긋나게, 짧은 가지에서는 3~5개씩 모여 달립니다. 잎맥은 평행하게 뻗고, 가장자리는 매끈하거나 얕게 갈라져 있습니다.

봄에는 연초록빛이었다가, 가을이 되면 선명한 황금빛으로 물들어 도시와 산사를 황금물결로 장식합니다. 이 아름다운 단풍은 은행나무를 대표하는 상징이기도 하죠.

은행나무는 자웅이주(암수딴그루)라서, 4~5월에 꽃이 피고, 암꽃은 꽃가지 끝에 2개의 밑씨가 달립니다. 열매는 10월쯤 익는데, 외종피는 노란색의 다육질로 강한 냄새를 풍기지만, 내종피(씨앗)는 단단하고 깨끗해 식용이나 약용으로 널리 쓰입니다.

  • 줄기와 가지 : 수직으로 곧게 뻗은 줄기는 4~5m 높이까지 외줄기로 자라다가, 그 위에서 여러 갈래로 하늘을 향해 퍼집니다.
  • 수피(나무껍질) : 두껍고 코르크질이 많아 화재에도 강합니다. 실제로 방화수로도 많이 심죠.
  • 나뭇결 : 은행나무의 목재는 소용돌이나 파도 같은 독특한 무늬가 있어 목공예가들에게 사랑받습니다.
  • : 부채꼴 모양의 잎은 봄에는 연초록,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변해 도시와 산사를 황금물결로 물들입니다. 이 단풍은 은행나무만의 상징이죠.

3. 은행 열매의 효능

은행나무의 열매는 동글고 매끈한 외관에, 내부에는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은행나무 열매는 영양가가 풍부해 전통적으로 신선로, 은행단자, 정과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또한 한방에서는 ‘백과’라 하여 기침, 천식, 비뇨기 질환, 강장, 폐결핵, 종기 등에 처방되었고, 민간에서는 체하거나 백일해, 야뇨증 등에 활용되었습니다

  • 암수 구분 :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열립니다. 열매가 맺히기 전까지는 암수 구분이 쉽지 않죠.
  • 번식 방법 :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날아가 수분이 이루어집니다.
  • 씨앗의 생명력 : 은행나무 씨앗은 두꺼운 껍질과 강한 내구성 덕분에 오랜 시간 땅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영양과 약효 : 은행 열매는 영양가가 높아 식량이나 약재로 쓰입니다. 티베트 승려들은 잎을 달여 마시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굽거나 볶아 안주로 먹기도 하죠.

다만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은행열매에는 독성이 있습니다. 은행에는 메틸피리독신(징코톡신), 시안배당체(아미그달린), 빌로볼 등 다양한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특히, 생으로 먹거나 미성숙한 은행을 먹을 경우 독성 위험이 더 커집니다. 독성물질은 익혀도 일부 남아 있으므로, 반드시 완전히 익혀서 먹어야 하며, 껍질과 속껍질을 모두 제거한 뒤 섭취해야 합니다. 꼬치처럼 꼬챙이에 꽂고 완전히 굽고 익혀서 먹는 건 참고로 괜찮다고 하네요. 완전히 익힌 경우 일반적인 건강한 성인은 적정량을 섭취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여러 임상 보고, 전문가 권고에 근거한 은행의 하루 권장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인 : 하루 10개 이하
  • 어린이 : 하루 2~3개 이하

성인이 하루 10개를 넘게 섭취하면 구토, 복통, 어지러움, 경련, 심할 경우 의식소실, 쇼크 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중독 위험이 더 높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4. 우리 신앙 속의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동아시아 문화와 신앙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은행나무가 널리 퍼진 경로에 대해서도 불교와 유교 모두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있습니다. 불교를 통해 먼저 들어왔고, 이후 유교의 확산과 함께 전국적으로 보급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특히 유교가 국가 이념이 된 조선시대에는 서원과 향교, 성균관 등에 은행나무가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사찰에도 오래된 은행나무가 남아 있어 두 종교 모두에서 신성시된 나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교와 은행나무

유교에서는 은행나무가 교육과 도덕, 청렴, 지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 공자와 행단의 전통 : 중국 산동성 곡부에서 공자가 큰 은행나무 그늘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유교 교육기관인 향교나 서원에는 은행나무를 심는 전통이 생겼다고 합니다. 은행나무는 유교 교육의 상징인 ‘행단(杏亶)’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죠.
  • 음양과 청렴의 상징 :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음양오행 사상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열매 하나에 씨앗이 하나만 들어 있는 특성은 유교에서 ‘충성’과 ‘지조’의 상징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벌레가 잘 생기지 않는 점도, 관직에 오른 뒤에도 청렴함을 잃지 말라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 유교 문화 확산 : 조선시대 서원, 향교, 사당 등 유교 관련 공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은행나무가 심겨 있습니다. 유교적 가치와 선비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불교와 은행나무

불교에서도 은행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져 사찰 주변에 자주 심어졌습니다.

  • 불멸과 장수의 상징 : 은행나무는 수명이 매우 길고, 병해충과 환경 변화에 강해 영원함과 불멸을 상징합니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영원한 생명, 열반의 경지와도 맞닿아 있어 사찰에 신성한 나무로 심겨왔습니다.
  • 사찰의 보호수 : 오랜 세월 동안 사찰의 보호수로 자리 잡았으며, 일부 사찰에는 고승이 꽂은 지팡이가 자라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집니다. 이는 은행나무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과도 연결됩니다.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처럼, 신령스러운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전설이 많습니다. 어떤 나무는 목탁 소리를 내거나,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풍요와 복의 상징 : 은행나무의 풍성한 열매와 번식력은 풍요와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도 해석되어, 불교 신자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나무로 여겨졌습니다.

가을이면 은행나무는 온 도시와 산사를 노란빛으로 물들이며, 우리나라 가을 풍경을 대표하지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사랑과 낭만, 희망, 장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연인들이 은행잎과 열매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도 있었다고 합니다.

국내외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은행나무는 자주 등장합니다. 괴테의 시 속에서 은행잎은 연인의 사랑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고, 우리나라 영화 ‘은행나무 침대’처럼 장수와 영험함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5. 은행 관련 주의사항

은행을 먹거나 만졌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은행 열매의 외피 즉 껍질에는 빌로볼과 같은 독성 및 자극성 물질이 들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가려움증, 발적, 수포 등 다양한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을철에 은행을 맨손으로 주웠다가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려워지는 사례가 흔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은행을 만질 때는 맨손으로 만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반드시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장갑을 착용하세요.

은행을 섭취했을 때는 일부 사람에게 두드러기, 피부 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과민 체질이거나 기존에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완전히 익혀서, 껍질과 속껍질을 모두 제거한 뒤 섭취하세요. 특히 처음 먹는 경우에는 소량부터 시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은행의 독성(징코톡신 등)으로 인한 중독 증상과 알레르기 반응은 구분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수백 년, 혹은 천 년을 한 자리에 서서 세월을 지켜보는 은행나무 앞에 서면, 저는 늘 겸손해집니다. 가을이면 황금빛 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가 하늘을 향해 손짓합니다. 은행나무는 과거와 현재, 자연과 사람, 신화와 과학이 만나는 신비로운 교차점입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 저는 잠시 멈춰 서서 조용히 손을 얹어봅니다. 이 나무가 품은 시간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소망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은행나무는 그저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힘을 일깨워주는 살아있는 증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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