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나 숲, 과수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무 한 그루가 시들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가뭄이나 영양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땅속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나무를 갉아먹는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Armillaria root rot)이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십니다. 이 병은 겉으로 딱 봐서는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아, 이미 나무의 뿌리와 밑동이 심하게 썩고 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밀라리아뿌리썩음병은 전 세계적으로 산림, 정원, 도시 조경, 과수원 등 나무가 자라는 거의 모든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진균성(곰팡이성) 뿌리병입니다. 한 번 감염되면 나무 전체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결국 고사하거나 강풍에 쓰러지는 일이 흔합니다. 특히 이 병은 한 번 발생하면 오랜 기간 같은 자리에 남아 주변 나무까지 연쇄적으로 감염시키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목차
아밀라리아뿌리썩음병이란?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Armillaria라는 속(genus)에 속하는 여러 종의 곰팡이(대표적으로 Armillaria mellea, A. ostoyae 등)가 원인입니다. 허니버섯(honey fungus) 또는 슈스트링(root shoestring)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데, 실제로 가을철에는 나무 밑동이나 뿌리 주변에서 꿀색을 띠는 버섯이 무리지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살아 있는 나무뿐 아니라 죽은 나무, 썩은 뿌리 등에서도 수년~수십 년 동안 살아남으면서, 건강한 나무 뿌리로 퍼져나갑니다.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라이조모프(rhizomorph)’라고 불리는 검은색 신발끈 모양의 균사를 땅속으로 길게 뻗어, 3~10미터 이상 떨어진 건강한 나무 뿌리까지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번 감염이 시작되면 주변 나무까지 순차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이 많습니다.
감염되는 식물과 주요 피해 대상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활엽수, 침엽수, 관목, 일부 초본류까지 매우 다양한 식물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참나무, 소나무, 전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포플러, 자두, 복숭아, 사과, 배, 체리, 감귤, 감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목련, 라일락, 철쭉, 진달래, 라일락, 주목, 향나무, 로즈마리, 라벤더, 심지어 장미와 라일락, 진달래…(헥헥) 같이 아주 다양한 식물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어 왔습니다.
나무가 가뭄, 과습, 상처, 영양 부족, 뿌리 손상 등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는 감염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피해도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어린 나무나 이식 직후, 혹은 뿌리 근처가 상처난 나무는 감염에 더 취약합니다.
주요 증상과 진단법
잎과 가지의 변화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에 감염된 나무는 처음에는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잎이 작아지거나 누렇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침엽수에서는 바늘잎이 노란빛을 띠다가 점차 갈색으로 변하고, 낙엽이 일찍 지거나 잎이 말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활엽수에서는 잎이 시들고, 전체적으로 생기가 떨어지며, 잎 끝부터 갈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상부 가지, 특히 수관 상단부터 가지가 마르거나 가지 끝이 죽는 가지마름(dieback) 현상도 자주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에는 나무 전체가 급격히 시들고, 잎이 모두 떨어진 뒤에도 줄기와 뿌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 고사하게 됩니다.
뿌리와 밑동의 변화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뿌리와 밑동(근주, root collar)에서 나타납니다. 감염된 부위의 껍질을 벗겨보면, 나무와 껍질 사이에 하얀색 또는 크림색의 부드럽고 얇은 곰팡이 균사층(마이셀리얼 팬, mycelial fan)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이 균사층은 습기가 많을 때 더 뚜렷하게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나무 조직이 물러지고 썩어가면서 부드럽고 끈적한 상태가 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진단 포인트는 땅속이나 뿌리 표면, 때로는 토양 속에서 검은 신발끈 모양의 라이조모프(rhizomorph)가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이 라이조모프는 손으로 잡아당기면 질기고, 길게 뻗어 있어 주변 건강한 뿌리까지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버섯(자실체) 떼의 출현
가을이나 습한 계절에는 나무 밑동, 뿌리 주변, 썩은 목재 위에 꿀색(노란빛~황갈색)의 버섯이 무리지어 자라기도 합니다. 이때 자라는 버섯은 갓이 둥글고, 아래쪽에 흰색~노란색의 촘촘한 주름이 있으며, 다리는 길고 섬유질이 많고 밑동에는 얇은 막(링)이 남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버섯 떼가 나온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이미 나무 내부에 곰팡이가 깊이 퍼졌다는 신호입니다.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 감염 경로와 병의 확산 방식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주로 땅속에서 퍼집니다. 곰팡이는 썩은 나무, 그루터기, 뿌리 등에서 수년~수십 년 동안 살아남으며, 건강한 나무의 뿌리가 감염된 뿌리와 맞닿거나 가까이 자랄 때 라이조모프를 통해 감염이 일어납니다. 이 균사는 토양 속에서 3~10미터 이상 뻗어 나가기도 하며, 새로운 나무까지 순차적으로 감염시킵니다.
또한, 자실체(버섯)에서 퍼지는 포자도 바람을 타고 넓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포자가 내린 곳에 썩은 나무나 뿌리가 남아 있다면 그곳에서 다시 곰팡이가 자라나 감염원이 됩니다. 감염된 나무를 베어내거나 뿌리를 뽑지 않고 남겨두면, 수십 년 동안 그 자리에 병원균이 남아 새로운 나무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피해 양상과 문제점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나무의 활력을 점차 떨어뜨리다가, 결국에는 뿌리와 밑동이 완전히 썩으면서 나무가 고사하게 만듭니다. 뿌리 조직이 썩으면서 수분과 양분의 이동이 차단되고, 나무가 강풍이나 폭우에 쉽게 쓰러지거나, 줄기가 부러지는 일이 흔합니다. 특히 산림이나 공원, 도심 가로수, 학교, 놀이터, 캠핑장 등에서는 감염된 나무가 갑자기 쓰러져 인명이나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한 번 감염된 자리는 수십 년간 병원균이 남아, 주변에 심는 나무마다 연쇄적으로 피해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미,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400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병원균이 살아남아 산림 전체를 위협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방과 관리, 그리고 실질적 방제법
1. 건강한 나무 관리와 스트레스 최소화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주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무(가뭄, 과습, 상처, 뿌리 손상, 영양 결핍 등)에 더 쉽게 감염되기에 평소에 물주기, 비료, 배수, 토양 관리 등으로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뿌리 근처를 불필요하게 파거나, 예초기·잔디깎이 등으로 밑동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가뭄이 심할 때는 충분히 물을 주고, 여름철에는 뿌리 주변에 멀칭(짚, 우드칩 등)을 해주면 토양 수분 유지와 뿌리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배수가 나쁜 곳에서는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를 정비해 주세요.
2. 감염 나무 및 뿌리, 그루터기 완전 제거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감염된 뿌리와 목재, 그루터기에서 수십 년간 살아남으므로 병든 나무를 베어낼 때는 반드시 뿌리와 그루터기까지 최대한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감염된 뿌리나 목재는 현장에서 태우거나 깊이 묻어버러셔 다른 나무와 접촉하지 않게 처리해야 합니다.
제거 후에는 60cm 이상 깊이로 흙을 파내고, 신선한 흙으로 교체하면 재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뿌리와 목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심는 새 나무도 곧 감염될 수 있습니다.
3. 저항성 수종(품종) 선택과 재식재
아밀라리아에 비교적 강한 수종(크랩애플, 잉글리시 홀리, 레이랜드 사이프러스, 마드론, 오리건 그레이프, 스카치파인, 스모크트리, 화이트 퍼 등)을 선택해 심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감염된 적 있는 자리에 침엽수나 활엽수 중 감수성이 높은 품종을 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4. 토양 소독과 태양열 소독
심하게 오염된 땅은 화학 소독제, 훈증제 등을 써서 소독하거나 태양열 소독(여름철 비닐 멀칭으로 고온 처리)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들은 비용과 노동력이 많이 들고, 완전한 효과를 보장하진 않으니, 감염원 제거와 병행해야 합니다.
5. 전문가 상담과 안전 관리
감염된 나무가 건물, 도로, 놀이터, 캠핑장 등 위험 지역에 있다면, 반드시 수목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고, 안전 여부를 확인하세요. 구조적으로 약해진 나무는 강풍이나 폭우에 쉽게 쓰러질 수 있으니, 조기 제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실내, 정원, 과수원의 실질적 관리 팁
- 감염된 나무를 제거할 때는 뿌리와 주변 흙까지 최대한 많이 파내세요.
- 새로 나무를 심을 때는 뿌리 주변에 멀칭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요인(과습, 상처, 영양 결핍 등)을 미리 차단하세요.
- 정원이나 과수원에서는 감염 이력이 있는 자리에 저항성 품종을 선택해 심는 것이 안전합니다.
- 가을철 버섯이 나오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발견 즉시 나무 밑동을 점검해 곰팡이 균사층이나 라이조모프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 감염된 나무 주변의 건강한 나무도 주기적으로 점검해, 초기 증상이 보이면 신속하게 조치하세요.
결론은, 예방이 최선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은 한 번 감염되면 오랜 기간 같은 자리에 남아 연쇄적으로 나무를 죽이는 집요한 곰팡이병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 보고 방심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뿌리와 밑동에서 이미 병이 깊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요. 이 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평소에 나무의 건강을 잘 돌보고, 감염된 나무와 뿌리, 그루터기를 완전히 제거하며, 저항성 품종을 선택해 심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정기적인 점검과 조기 진단,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무 한 그루의 건강이 정원 전체, 숲 전체의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 예방과 관리에 꾸준히 신경 써주세요.
참고
https://ipm.ucanr.edu/home-and-landscape/armillaria-root-rot/pest-notes/
https://extension.umn.edu/plant-diseases/armillaria-roo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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