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밭이나 온실, 화훼 재배지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잎과 꽃, 줄기 곳곳에 작은 벌레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꽃노랑총채벌레(Frankliniella occidentalis)와 진딧물은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대표 해충입니다. 이 두 해충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식물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한 작물에 함께 출몰해 복합적인 피해를 남기기도 합니다.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 모두 번식력과 생존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작물에 기생해 농민과 원예가들에게 골칫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은 먹는 부위, 피해 양상, 생태적 특성, 그리고 식물과 천적, 방제 전략까지 여러 면에서 차이점과 상호작용을 보입니다. 이들 두 해충이 어떻게 식물에 영향을 주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으며, 방제에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아가시기 바랍니다.
목차
꽃노랑총채벌레의 생태와 피해 양상
꽃노랑총채벌레는 ‘웨스턴 플라워 스리프스(Western flower thrips)’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외래 해충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온실, 채소, 과수, 화훼 작물에서 피해를 일으키며, 특히 파프리카, 고추, 오이, 수박, 딸기, 토마토, 장미, 국화 등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이 해충은 알-유충(1~2령)-번데기-성충의 단계를 거치며, 성충은 주로 꽃받침이나 어린 잎 조직에 산란합니다. 부화한 유충은 꽃 속, 꽃잎 사이, 어린 잎의 습한 부위에서 식물 조직을 흡즙하며 성장합니다. 2령 유충이 되면 땅으로 떨어져 번데기 과정을 거치고, 다시 성충으로 우화해 날아다니며 새로운 식물에 피해를 줍니다.
꽃노랑총채벌레는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특히 번식이 왕성하고, 암컷 한 마리가 100개 이상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납니다. 단성생식도 가능해, 환경이 좋으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피해는 주로 꽃과 어린 잎, 과일 표면에서 나타나며, 흡즙 부위가 하얗고 거칠게 변하거나 갈색 반점, 기형과가 생깁니다. 고추, 파프리카, 오이 등에서는 꽃받침과 과일 사이에 갈색 흠집이 남고, 장미나 국화 같은 화훼류에서는 꽃잎이 변색되고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총채벌레는 직접적인 흡즙 피해뿐 아니라,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등 각종 식물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충 역할도 해, 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큽니다.
진딧물의 생태와 피해 방식
진딧물은 전 세계적으로 4,0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채소, 과수, 화훼, 관목 등 거의 모든 식물에 기생합니다. 몸집은 1~3mm로 작지만, 번식력이 매우 강하고, 식물의 어린 잎, 줄기, 꽃봉오리 등 연한 부위에 무리를 지어 흡즙합니다.
진딧물은 식물의 체관(즙액 통로)에 바늘처럼 뾰족한 입을 꽂고, 당분이 풍부한 즙액을 빨아먹습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은 수분과 양분을 빼앗기고, 잎이 노랗게 변하거나, 새순이 오그라들고, 생장이 정지되는 등 다양한 피해를 입습니다. 진딧물은 감로라는 끈적한 배설물을 남기는데, 이 감로 위에 곰팡이가 번식해 그을음병이 생기고, 광합성이 방해받아 2차 피해가 이어집니다.
진딧물은 암컷 한 마리가 수십~수백 마리의 새끼를 단성생식(수컷 없이 번식)으로 낳을 수 있고, 환경이 좋으면 일주일 만에 세대가 교체될 정도로 증식 속도가 빠릅니다. 또한, 다양한 식물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 역할도 하며, 진딧물이 많은 밭에서는 바이러스병이 자주 발생합니다.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 동시 발생의 특징
현장에서는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이 동시에 한 작물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해충은 먹는 부위와 방식이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식물의 피해가 더 커지거나, 서로의 개체수와 피해 양상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꽃노랑총채벌레는 주로 꽃과 어린 잎, 과실 표면을 갉아먹고, 진딧물은 줄기와 잎, 꽃봉오리의 즙액을 빨아먹습니다. 이 두 해충이 함께 있을 때 식물은 여러 부위에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아 생육이 더 크게 저하됩니다.
해외 연구에서는 총채벌레가 식물의 방어 반응을 유도해 진딧물의 번식 속도를 늦추거나, 반대로 진딧물 피해가 심한 식물에서는 총채벌레의 생존율이 달라지는 등, 상호작용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이 동시에 있으면 천적 곤충(무당벌레, 꽃등에, 포식성 노린재 등)의 행동과 번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꽃노랑총채벌레가 분비하는 페로몬이나 화학 신호가 천적 곤충의 산란 행동을 방해하거나, 진딧물 개체수가 줄어 천적의 먹이원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식물의 방어 반응과 해충 간 상호작용
식물은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다양한 방어 반응을 일으킵니다. 진딧물의 흡즙에 의해 식물은 체관 내 압력이 변하고, 방어성 화합물(예: 자스몬산, 살리실산 등)을 분비해 해충의 번식과 생장을 억제하려 합니다.
꽃노랑총채벌레는 식물 세포를 직접 파괴하며, 식물의 방어 반응을 더욱 강하게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의 에너지가 방어에 집중되면서, 성장과 결실이 늦어지거나 수확량이 줄어듭니다.
흥미로운 점은,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이 함께 있을 때 식물의 방어 반응이 단일 해충일 때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총채벌레가 먼저 식물을 공격하면, 식물의 방어 반응이 진딧물에 더 불리하게 작용해 진딧물 개체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진딧물이 먼저 정착한 식물에서는 총채벌레의 피해가 약간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충 간 상호작용은 단순히 피해가 더 커지는 것만이 아니라, 식물의 방어 신호와 에너지 분배, 천적 곤충의 행동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실제 농업 현장에서는 방제 전략을 세울 때 이런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의 바이러스 매개 역할
두 해충 모두 다양한 식물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로서, 간접적인 피해도 매우 큽니다.
꽃노랑총채벌레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진딧물은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 감자바이러스Y(PVY), 배추모자이크바이러스 등 각종 바이러스를 옮깁니다.
이 바이러스들은 한 번 감염되면 작물의 생육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며, 방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두 해충이 동시에 발생할 때는 바이러스 감염률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진딧물과 총채벌레가 각각 다른 바이러스를 옮기기 때문에, 한 밭에서 여러 바이러스병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바이러스 매개 해충의 밀도를 낮추는 것이 병해 예방의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꽃노랑총채벌레 방제 전략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은 모두 번식력이 강하고, 약제 저항성도 쉽게 생기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완전한 방제가 어렵습니다. 해외 농업 현장과 연구에서는 생물적 방제(천적 곤충 활용), 화학적 방제(살충제), 환경적 관리(통풍, 잡초 제거, 윤작 등)를 종합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 생물적 방제 : 무당벌레, 꽃등에, 포식성 노린재, 포식성 진드기 등 천적 곤충을 활용하면 진딧물과 총채벌레 모두 방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천적을 동시에 도입하면, 두 해충을 동시에 억제하는 효과가 높아집니다.
- 화학적 방제 : 선택적 살충제를 교차 사용하고, 해충 발생 초기나 밀도가 낮을 때 집중적으로 방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제 저항성을 막기 위해 동일 성분의 약제를 반복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천적 곤충에 피해가 적은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환경적 관리 : 온실이나 재배지의 통풍을 개선하고, 잡초와 잔재물을 정리해 해충의 은신처를 줄입니다. 작물의 생육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해충의 밀도와 피해가 줄어듭니다.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 동시 방제의 실제 사례
해외 온실이나 대형 농장에서 두 해충이 동시에 발생할 때는, 천적 곤충(예: 포식성 노린재, 무당벌레, 꽃등에, 포식성 진드기 등)을 복수로 투입해 방제 효과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천적 곤충을 두 종류 이상 함께 도입하면, 진딧물과 총채벌레 모두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꽃노랑총채벌레가 분비하는 페로몬이나 화학 신호를 이용해 천적 곤충(예: 포식성 노린재)의 산란 행동을 유도하거나, 해충의 산란을 방해하는 전략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화학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친환경 방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찰과 조기 대응의 중요성
꽃노랑총채벌레와 진딧물 모두 크기가 작고, 식물의 꽃, 잎 뒷면, 줄기 틈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예찰이 매우 중요합니다.
노란색, 파란색 끈끈이 트랩을 설치해 해충의 발생 시기와 밀도를 조기에 파악하고, 해충이 보이면 바로 방제에 들어가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입니다.
특히 온실이나 밀폐된 공간에서는 해충이 빠르게 번식할 수 있으니, 환기와 통풍, 잡초 제거, 병든 식물의 신속한 제거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ecology-and-evolution/articles/10.3389/fevo.2018.00240/full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104996441400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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