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감자Y바이러스(Potato Virus Y, PVY)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던 감자밭이 어느 날 갑자기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덩이줄기가 기형적으로 갈라지고 터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 배경에는 바로 이 감자Y바이러스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자Y바이러스의 특징은 감자뿐만 아니라 담배, 토마토, 후추 등 다양한 작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농가 전체에 큰 피해를 남길 수 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감자Y바이러스는 감자 생산량과 품질을 좌우하는 주요 병해로 꼽히고 있어요. 특히 감자는 씨감자(덩이줄기)를 이용해 번식하기 때문에, 한 번 감염된 바이러스가 세대를 거쳐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골칫거리입니다. 감자Y바이러스의 특징, 감염 경로, 주요 증상, 작물별 피해, 예방법과 관리법을 한 번에 알아가시기 바랍니다.
목차
감자Y바이러스의 정체와 특징
감자Y바이러스(Potato Virus Y, PVY)는 포타이바이러스(Potyvirus) 속에 속하는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유전적 변이가 빠르고, 다양한 형태(계통)로 진화하면서 감자뿐만 아니라 담배, 토마토, 고추 등에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PVY는 감자 바이러스병 중 발생률이 가장 높으며, 감자잎말림바이러스(PLRV) 다음으로 피해가 큰 병해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저온기(15℃ 이하)에는 덩이줄기가 붉게 변하거나 갈라지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등 상품성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이 바이러스는 진딧물에 의해 주로 전파되며, 감염된 씨감자나 오염된 농기구, 작업자의 손을 통해서도 쉽게 퍼질 수 있습니다. 감자 재배지에서 PVY의 발생률은 전체 바이러스 발생의 9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고, 한 번 감염되면 수확량이 10~30% 이상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감자Y바이러스는 감자뿐 아니라 담배, 토마토, 후추 등 다른 작물에도 감염되어 작물 간 상호 감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감자Y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 진딧물, 씨감자, 농기구까지
감자Y바이러스의 가장 대표적인 전파 경로는 진딧물입니다. 진딧물은 감염된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은 뒤, 건강한 식물로 이동해 다시 즙액을 빨아먹으면서 바이러스를 옮깁니다.
특히 복숭아혹진딧물을 비롯해 약 40여 종의 진딧물이 PVY를 매개할 수 있는데, 진딧물의 활동이 활발한 봄~여름철에 감염 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씨감자를 통한 전염도 매우 중요합니다.
감자는 씨앗이 아니라 덩이줄기(씨감자)로 번식하는데, 감염된 씨감자를 심으면 그 씨감자에서 자란 모든 식물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요.
이 때문에 감자 재배 농가에서는 반드시 무병 씨감자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감염된 씨감자가 여러 곳에 동시에 사용된다면, 한 해 농장의 다양한 구역에서 동시에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농기구나 작업 도구, 작업자의 손을 통해서도 감염이 퍼질 수 있습니다.
감염된 식물을 만진 뒤 소독하지 않은 손이나 도구로 건강한 식물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기계적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농기구의 철저한 소독, 작업 전후 손 씻기 등 위생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감자Y바이러스의 주요 증상
PVY에 감염된 감자 식물은 잎, 줄기, 덩이줄기 등 여러 부위에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잎의 황화(노란색 변색)와 모자이크 패턴입니다.
잎 표면에 불규칙한 노란색과 초록색 얼룩이 생기고, 잎이 오그라들거나 주름지고, 심한 경우 잎 끝이 말라가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은 광합성 능력을 떨어뜨려 식물 전체의 생장과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덩이줄기(감자)에도 이상 증상이 나타납니다.
저온기에 감염된 감자는 표면이 붉게 변하거나, 갈라지고 터지는 등 기형적으로 자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특히 하령 품종에서는 눈을 중심으로 조직이 함몰되거나, 표면이 융기되는 괴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염이 심할 경우 감자는 생강처럼 울퉁불퉁해지고, 저장 중에도 쉽게 썩거나 변질됩니다.
줄기에는 검은색 또는 갈색의 줄무늬가 나타나기도 하며, 식물 전체가 왜소해지고 생육이 부진해집니다.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지만, 생육이 진행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수확량이 10~30% 이상 감소할 수 있습니다.
환경과 품종, 그리고 피해 양상
감자Y바이러스의 피해는 품종, 감염 시기, 환경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저온기(5℃ 이하)에 감염된 감자는 덩이줄기 갈라짐, 터짐, 붉은 변색 등 심각한 기형 증상이 나타나 상품성이 완전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15℃ 이상의 온도에서 재배된 감자는 수확량은 감소하지만, 갈라짐 증상은 덜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씨감자를 심는 시기가 저온기와 겹치면 피해가 더 커집니다.
따라서 무병 씨감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심는 시기를 늦춰서 감자의 생육기와 저온이 겹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감자Y바이러스에 약한 품종을 심거나, 덩이줄기가 커지는 시기에 저온이 오면 피해가 극대화됩니다.
감자Y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는 저장성도 떨어지고, 유통 과정에서 폐기되는 비율이 높아져 농가의 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감자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나, 씨감자 공급이 분산되지 않은 곳에서는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습니다.
감자Y바이러스의 진단과 혼동되는 병해
감자Y바이러스는 증상이 비슷한 다른 바이러스병(예: 감자잎말림바이러스, 감자X바이러스, 감자A바이러스 등)이나 영양 결핍, 곰팡이병과 혼동될 수 있습니다.
잎의 황화, 모자이크, 괴저, 줄기 줄무늬 등은 여러 병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증상의 패턴, 감염 시기,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험실 진단(ELISA, PCR 등)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씨감자 내부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있어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염된 경우도 많으니, 무병 씨감자 사용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감자Y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감염된 식물에서 채종한 씨감자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습니다.
감자Y바이러스 관리와 예방 전략
감자Y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차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첫째, 반드시 무병 씨감자를 사용하세요.
국립종자원, 농업기술센터, 감자종자진흥원, 민간 씨감자 업체 등에서 바이러스 무병 씨감자를 공급하고 있으니, 공식 경로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씨감자를 구입할 때는 휴면타파(잠깨우기) 여부도 꼭 확인하세요.
둘째, 진딧물 방제가 필수입니다.
진딧물은 PVY의 주요 전파 매개체이므로, 적절한 농약 사용, 천적 곤충(무당벌레, 꽃등에 등) 방사, 황색 끈끈이트랩, 친환경 방제제(님오일, 비눗물 등)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해 진딧물 밀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해요.
셋째, 농기구와 작업 도구의 소독, 작업 전후 손 씻기 등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감염된 식물은 즉시 뽑아내고, 밭 밖으로 치워야 하며, 감염 잔사가 밭에 남아 있으면 다음 작기에도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피해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넷째, 감자 생육기와 저온 발생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심는 시기를 조절하세요.
특히 남부 지방에서는 2월 중순 이후가 봄 감자 심는 적기지만, 무병 씨감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심는 시기를 미뤄 저온 피해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최신 동향과 추가 관리법
최근에는 감자Y바이러스에 저항성이 있는 품종 개발과, 조직배양묘를 통한 무병묘 생산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식물에서 유래한 신물질(DHA, 디하이드로아르테미시닌)을 활용해 감자Y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 더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법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농가에서는 밭 주변의 잡초 관리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잡초도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가 될 수 있으니, 밭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윤작(돌려짓기)으로 감자만 계속 심지 않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감자Y바이러스가 발생한 밭은 최소 1년 이상 휴경하거나, 감자가 아닌 다른 작물로 돌려짓기를 실천하는 것이 권장돼요.
감자Y바이러스는 예방이 최고의 방제법
감자Y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회복이 어렵고, 수확량과 품질에 큰 타격을 주는 무서운 병입니다.
진딧물 등 해충 방제, 무병 씨감자 사용, 농작업 위생, 심는 시기 조절, 품종 선택, 밭 관리 등 예방적 관리가 가장 확실한 방제법이에요.
증상이 의심될 때는 신속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히 진단하고, 확산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은 실천이 한 해 농사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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