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잎 뒷면에 하얀 먼지처럼 붙어 있는 작은 곤충을 본 적 있으실 거예요. 바로 가루이(whitefly)입니다. 가루이는 겉보기엔 작고 연약해 보여도, 이 해충이 한 번 번식하기 시작하면 식물 전체가 빠르게 약해지고, 심하면 고사하는 일까지 생길 수 있어요. 특히 온실이나 실내, 그리고 기온이 높은 계절에는 가루이의 번식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서, 식물 애호가와 농가 모두에게 골칫거리가 되곤 하죠.
가루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1,200여 종이 분포하고, 온실가루이와 담배가루이가 대표적인 문제종이에요. 이들은 농작물, 화훼, 관엽식물 등 다양한 식물에 피해를 주며, 한 번 발생하면 방제도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가루이의 생태와 번식 과정, 그리고 식물에 입히는 피해와 관리 방법까지 꼼꼼하게 살펴볼게요.
목차
가루이의 생태

가루이는 매미목 가루이과에 속하는 해충으로, 몸길이는 1~1.4mm 정도로 매우 작아요. 성충은 온몸이 흰 가루로 덮여 있고, 날개를 접으면 삼각형 모양이 됩니다. 주로 잎 뒷면에 숨어 살며, 움직임이 빠르고 건드리면 쉽게 날아오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요.
가루이의 생활사는 알, 네 번의 유충기(약충), 그리고 성충의 여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암컷은 잎 뒷면에 타원형의 알을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무리지어 낳아요.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처음엔 다리가 있지만, 적당한 자리를 찾으면 그 자리에 고정되어 성장합니다. 유충이 네 번 탈피를 거치면서 점점 크기가 커지고, 마지막 유충기에는 몸이 납작해지고 껍질이 단단해집니다. 이 시기를 지나 성충이 되면 다시 번식에 나서죠.
번식력과 환경 적응력
가루이는 온도와 습도, 그리고 숙주 식물의 종류에 따라 번식 속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고 습도가 적당한 환경에서 가장 빠르게 번식해요. 한 마리 암컷이 일생 동안 낳는 알의 수는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며, 알에서 성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환경에 따라 2~6주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특히 온실이나 실내처럼 천적이 적은 환경에서는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요.
가루이는 다양한 식물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농작물, 화초, 관엽식물 등 500종 이상의 식물에서 발견되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주변 식물로 쉽게 이동해 피해를 확산시킵니다. 이들은 날개가 있어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도 하고, 사람이나 도구를 통해서도 실내외로 퍼질 수 있습니다.
가루이가 식물에 입히는 피해
가루이의 가장 큰 피해는 바로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는다는 점이에요. 성충과 유충 모두 식물의 잎에 침 모양의 입을 찔러 넣고 체액을 흡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잎에 노란 반점이 생기고, 점차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말라 떨어지게 됩니다. 피해가 심해지면 식물 전체가 시들고, 심한 경우 고사에 이르기도 해요.
또한 가루이가 즙액을 빨아먹으면서 식물 내에 독성 물질을 주입하기도 합니다. 이 독소는 식물의 대사 균형을 무너뜨려 잎이 비틀리고, 꽃이나 열매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성장 장애, 잎의 변형, 꽃의 탈락, 열매의 품질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루이 유충과 성충은 식물의 즙을 빨아먹으면서 감로(honeydew)라는 끈적한 배설물을 남깁니다. 이 감로는 잎 표면에 쌓여 곰팡이성 질병인 그을음병(sooty mold)을 유발해요. 그을음병이 생긴 잎은 검게 변하고, 광합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식물의 영양 상태가 더 나빠집니다. 감로는 또 다른 해충이나 병원균이 침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을음병이 심해지면 식물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고, 관상가치도 잃게 됩니다. 농작물의 경우, 잎과 열매에 그을음병이 퍼지면 수확량이 크게 줄고, 시장에서의 가치도 하락하게 됩니다. 실내 식물에서도 잎이 검게 변하고 떨어지면 미관상 문제가 생기죠.
가루이는 여러 식물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이기도 해요. 대표적으로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TYLCV), 토마토황화모자이크바이러스(TYMV),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습니다. 가루이가 감염된 식물을 흡즙할 때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고, 이후 건강한 식물을 빨아먹으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은 잎이 오그라들거나 기형이 되고, 성장 저하, 열매의 변형, 수확량 감소 등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특히 바이러스성 질병은 방제가 어렵고, 한 번 감염되면 회복이 힘들어 농가에 큰 경제적 손실을 주기도 합니다.
가루이의 농약 저항성과 방제의 어려움
가루이는 농약에 대한 내성이 매우 빠르게 생기는 해충 중 하나입니다. 세대가 짧고 번식력이 뛰어나서, 한 가지 약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내성 개체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기존에 효과적이던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가루이가 보고되고 있어, 방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루이는 잎 뒷면, 줄기 틈, 심지어 흙 표면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어 약제가 제대로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감로와 그을음병이 두껍게 쌓이면 약제의 침투가 더 어려워져 효과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루이 방제는 약제 교체, 천적 활용, 환경 관리 등 다양한 방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가루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관리법
가루이 방제는 결국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에 달려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잎 뒷면과 새순, 줄기 틈을 꼼꼼히 살펴보고, 하얀 점이나 감로, 잎 변색이 보이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물을 자주 뿌려 습도를 높이면 가루이의 번식이 억제되고, 잎 표면에 붙은 개체를 씻어낼 수 있습니다.
약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권장량과 사용법을 지키고, 약제 종류를 주기적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내성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피해가 심한 식물은 신속히 격리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실내 환경에서는 통풍과 습도 관리도 중요합니다. 무당벌레, 칠성풀잠자리, 포식성 노린재, 기생성 말벌 등의 천적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도 효과적입니다.
참고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564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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